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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머신러닝 엔지니어 Tyler 인터뷰

Sep 1, 20247 min read

지구 반대편 개발자의 삶은 어떨까요?

이번 인터뷰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Tyler와 진행했어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인재를 어떻게 채용하는지, 보상은 어떻게 하는지, 자율주행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지 함께 알아봐요. 자세한 신상은 비공개인 점 양해 부탁드려요.

이 인터뷰는 캘리포니아를 기준으로 진행되었어요. 뉴욕, 텍사스 등 다른 지역은 상황이 다를 수 있어요.

실리콘밸리의 채용 프로세스

Q. 한국에서는 주로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데요. 미국에서는 신입 채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공채는 거의 없고, 수시채용은 있어요. 한국과 다른 점은, 신입(New Grad) 채용이 인턴십을 통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거에요.

인턴십 동안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정규직 제안을 받을 수 있어요. 이것을 리턴 오퍼 (Return Offer)라고 부르는데요. 말 그대로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로 돌아오라는 제안이에요. 대학교 3학년 때 인턴을 했던 회사로 졸업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고, 저 또한 3학년 때 인턴을 했던 회사에서 리턴 오퍼를 받고 입사했어요.

다만, 한국의 전환형 인턴처럼 정규직 오퍼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지는 않아요. 팀의 매니저가 인턴에 대한 피드백을 인사팀에 전달하고, 협의 후 오퍼를 줄지 말지 결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에요. 매니저에게 인턴십 동안 좋은 인상을 남기고, 오퍼를 원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Q. 인턴십을 통해 신입 채용이 이루어진다는게 신기하네요. 3학년만 인턴을 할 수 있나요?

아니요. 학년과 관계없이 인턴을 할 수 있어요. 시장 자체가 크다 보니, 학년에 관계없이 유연하게 인턴을 뽑아요.

다만, 1, 2학년 때 인턴을 하고 리턴 오퍼를 받는 경우는 흔하지 않아요. 회사 입장에서는 2~3년 뒤의 상황을 예측하기 힘드니 오퍼를 주기가 힘들고, 학생 입장에서는 좋은 회사에서 인턴을 한 경력이 있으면 3학년 때도 문제없이 인턴을 구할 수 있으니 아쉬울 게 없어요. 1학년 인턴 경험이 2학년 인턴을 구하는데 도움이 되고, 2학년 인턴 경험이 3학년 인턴을 구하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학부 저학년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는 회사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Google은 STEP이라는 1, 2학년만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Google STEP
Google STEP. 1, 2학년 제한이 걸려있다.

Q. 인턴십 경쟁이 치열할 것 같네요. 서류 전형을 뚫는 것이 힘들 것 같은데, 이력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나요?

이력서는 한 페이지로 간결하게 작성해야 해요. 한 페이지에 자기가 어필하고 싶은 내용을 구겨 넣는게 중요해요.

Resume Example
미국식 이력서 예시 (출처: resumeworded)

Reduced application load time by 35% by optimizing the backend code and database queries.

Decreased server costs by 25% by optimizing resource allocation and implementing auto-scaling for cloud-based services.

Optimized package size by 50%, leading to a 30% decrease in build time by refining dependencies and eliminating redundant libraries.

위의 예시들 처럼, 동사(Action Verb)로 문장을 시작하고 성과를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제시하는게 중요해요. 형식이 정형화 되어 있다보니, 이력서에 사용하면 좋은 동사 모음집도 있어요.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 같아요. 한글로 쓰면 문장구조가 다르긴 하지만, 큰 틀은 비슷하니까요.

이력서 디자인은 Google Docs나 Overleaf(LATEX 에디터)의 템플릿을 가져와서, 입맛에 맞게 수정하는걸 추천드릴게요.

Q. 인턴 채용 프로세스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한국의 코딩 테스트에 해당하는 OA(Online Assessment)가 있어요. 난이도가 한국 신입 공채 코딩 테스트급으로 어렵지는 않아요. 릿코드 기준 미디엄이 대부분이고, 하드 한 문제 정도에요. 스크리닝 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OA를 통과하면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인터뷰가 있는데요.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3~4라운드를 진행해요. 한국처럼 기술 면접 / 컬처 면접이 엄격하게 나누어져 있지는 않고, 들어오는 사람들에 따라서 그때그때 내용이 달라져요.

기술 면접은 코딩 인터뷰를 주로 보는데요. 라이브 코딩을 하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로 풀어내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에 Leetcode를 풀며 설명하는 연습을 해보는게 좋아요.

실리콘밸리의 보상 체계

Q. 인턴의 급여는 어떻게 되나요?

인턴은 시급 기준으로 급여를 계산해요. 소규모 회사들은 시간당 $30~$40를 주고, 빅테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회사들은 시간당 50$~70$ 정도 주는 것 같아요. 회사들이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급여를 정하기 때문에, 매년 시급이 오르는 추세에요. 지난 몇 년간 대형 Finance 회사들(Citadel, Optiver…)의 시급이 $100를 훌쩍 넘을 만큼 높아져서, 다른 회사들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급여를 높이고 있어요. 자세한 인턴 급여 정보는 levels.fyi/internships를 참고해주세요.

Q. 미국의 연봉 구조가 한국과 다르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한국에서 연봉을 말할 때 대부분 기본급 기준으로 이야기하죠? 여기에 성과급을 더하는 경우도 있고요. 미국에서는 연봉을 말할 때 TC(Total Compensation)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해요. TC는 한국의 영끌(원징)과 비슷한 개념으로, 기본급, 주식, 보너스, 복지 등을 모두 포함한 총 보상을 의미해요. 미국에서 영끌 기준으로 연봉을 말하는 이유는 보상에서 주식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에요.

Google Total Compensation By Level
Google의 직급별 TC (출처: levels.fyi)

levels.fyi 에서 가져온 Google의 직급별 TC 차트에요. 직급(L3, L4, L5…)이 올라갈수록 TC에서 기본급(Base Salary) 비율이 낮아지고 주식(Stock) 보상 비율이 높아지는게 보이죠? 주식 보상은 회사가 인재를 유치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요.

주식 시장에 상장된 테크 기업들은 주로 RSU(Restricted Stock Unit) 형식으로 주식을 지급해요. RSU는 스톡옵션 처럼 주식을 일정 가격에 매수할 권리를 주는게 아니라, 실제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인데요. n년에 걸쳐서 균등하게 주식을 지급하는게 일반적이에요.

예를 들어, 4년 동안 $40,000 상당의 RSU를 받기로 계약했다면, 1년에 $10,000 상당의 주식을 받아요. 주식 수는 계약서를 쓴 날짜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계약서를 쓴 시점의 주가가 $1,000이라면 매년 10주를 받을 수 있어요. 주가가 올라가도 받는 매년 받는 주식의 수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가면 그만큼의 이익을 그대로 얻을 수 있죠.

Q. 나스닥이 우상향 중이니, 주식은 매력적인 보상인 것 같아요. 만약 주가가 떨어지면 어떻게 되나요?

Zoom Stock Chart
Zoom 차트 (출처: yahoo)

안타까운거죠. 주식이 떨어진다고 해서 메꿔주지는 않아요. 보상을 더 받으려면 승진을 하거나 이직을 해야 해요. 그래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회사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선택하는 게 중요해요.

자율주행의 현재와 미래

Q. 자율주행 기술은 어떻게 구현되나요? 구현 방법에 따라서 시장에서 세일즈하는 포인트가 다른가요?

회사마다 자율주행 기술의 구현 방법이 다르지만, 크게 E2E(End-to-End) 접근과 컴포넌트 기반 접근 으로 나누어져요.

E2E 접근은 Tesla가 채용하고 있는 방식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하나의 거대한 신경망을 통해 처리해요. Tesla는 라이다나 고해상도 지도를 사용하지 않고, 카메라를 이용하는데요. 사람이 운전을 할 때 복잡한 장비 없이 눈만 있어도 운전이 가능하듯이,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만 있으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논리에요. Tesla는 여러 각도에서 실시간 비디오를 촬영하고, 데이터를 거대 신경망에 넘겨요. 신경망은 분석된 테이터를 바탕으로 가속, 감속 등 주행에 관련된 결정을 내려요.

컴포넌트 기반 접근은 Waymo(Google의 자율주행 자회사)와 Zoox(Amazon의 자율주행 자회사)가 채용하고 있는 방식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여러 개의 독립적인 컴포넌트로 나누어 처리해요. Perception(인식), Prediction(예측), Planner(계획) 등의 모델이 따로 있는거죠. 카메라 뿐만 아니라 라이더, 고정밀 지도 등 다양한 데이터 소스를 활용하고, 이를 통합해 주행 결정을 내려요. 컴포넌트 기반 접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Zoox에서 업로드한 아래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Tesla의 접근 방식은 고정밀 지도가 필요 없기 때문에, 어디서나 주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러니 승용차를 판매하는게 가능하죠. Waymo와 Zoox의 접근 방식은 고정밀 지도에 의존하기 때문에, 한정된 지역에서만 주행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로보택시(무인택시) 서비스를 특정 지역에서만 운영하고 있어요.

Q. 자율주행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한 상태인가요?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정도는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로 분류하는데요. 현재는 레벨 4까지 도달했어요. 레벨 4는 고도 자동화(High Automation)로, 모든 운전 상황에서 차량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지만, 일정 지역이나 조건에서만 가능한 경우를 의미해요.

Waymo와 Zoox의 로보택시 서비스가 레벨 4에 해당해요. 레벨 4의 운전 실력은 어느정도일까요? Waymo 자율주행 차량이 사고를 피한 동영상을 보고 판단해보세요.

Robotaxi swerves to avoid collision with other car making a blind turn against the light
byu/lamejoketeller inDamnthatsinteresting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주행을 이어가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좌측 시야가 가려져 있던 상태라, 사람이 운전했으면 반응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Q. 자율주행 기술이 생각보다 많이 발전했네요. 미국은 땅이 넓어서 화물차 자율주행에 관한 수요도 있을 것 같은데, 왜 자율 주행은 승용차만 있을까요?

자율주행 기술이 화물차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기는 한데, 아직 주류는 아니에요. 대형 화물차는 사고 발생시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인데요. 자율주행 업계에서 인명사고는 한 회사의 존폐를 좌우할 만큼 큰 문제에요.

예를 들어, Cruise(GM의 자율주행 자회사)는 202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명사고를 내고,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라이센스를 취소당했어요. 이 여파로 약 4000명의 정규직들이 해고당했죠. Uber은 2018년 자율주행 역사 최초로 사망 사고를 내고, 자율주행 사업을 중단했어요.

화물차가 사고를 내면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나겠죠? 그래서 아직은 승용차 자율주행이 주류에요. 경제성도 화물차에 비해 좋고요.

마무리

Q. 미국으로 취업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신분 문제를 해결하는게 최우선 과제에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미국으로 유학(학사, 석사, 박사)을 오는거에요. 졸업 후에 OPT 프로그램을 통해 1년 동안 일할 수 있고, STEM(공학) 전공자는 2년 추가 연장이 가능해서 총 3년간 일할 수 있어요. 또 다른 방법은, 리로케이션(relocation)을 활용하는거에요. 한국과 미국에 오피스가 있는 회사에 입사한 후, 한국에서 근무하다가 미국으로 옮기는 방법이죠. 이 경우 L-1 비자를 이용하게 돼요.

다른 방법들도 존재하지만, 위의 두 가지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에요.

Q.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구체적인 목표는 아직 없고요(웃음). 항공 우주 분야에서 한 번 일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네요.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인간의 생활 범위가 확장되는 걸 언젠가는 보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과도 관련이 어느 정도 있고, 예전에 항공 관련 프로젝트들도 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연이 닿을 거라고 생각해요.